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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내가 운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

by 라라쿠쿠 2025. 4. 2.

 

 

나는 내 주변 사람들보다는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출퇴근 왕복 40km 거리를 매일 운전하고,

일 특성상 외근이 잦으니 그만큼 또 더 운전한다. 요즘 매일같이 출근하는 곳은 왕복 100키로가 넘고.

그리고 주말에는 별 일이 없으면 본가에 내려가니 왕복 3-4시간을 운전하고,

요즘 약속이 있으면 현재 사는 집이 대중교통이 안 좋은 편이라 차를 타기 때문에 또 운전을 한다.

 

아무튼 혼자 차에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그 말은 뭐냐하면.... 안 그래도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고 곱씹고 생각 정리하는 인간인 내가

그만큼 더 혼자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초보운전 시절에는 신경이 지금보다 더 곤두서있고 예민하게 도로상황을 파악하느라 그다지 많은 생각은 안 했는데

한두 달 지나고 익숙해지니 차 안에서 거의 혼자 인터뷰를 하는 정도임ㅋㅋㅋ

생각을 하다 보면 혼잣말을 하게 될 때도 많아서...블박 없애야 해..

 

나는 원래도 분석충이긴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분석을 정리해서 머릿속에 넣어놓으려는 집착(?)이 생겼는데,

최근에 본 어떤 이슈나, 문득 들었던 문제나 특정 컨텐츠에 대한 나의 생각을 누군가 갑자기 물어봤을 때

막힘없이 내 생각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집착 아닌 집착이 생겼음

원래 내 성향이 생각을 딥하게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긴 하는데, 엄청 깔끔하게 정리까진 안 했었다.

-> 이게 살다 보면 그 생각의 결론이 바뀔 수도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길을 열어두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근데 정리를 안 해놓으면 뭔가 생각의 의미가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이 글은 그렇게 운전하면서 혼자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했던 것 중 하나

<내가 운전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

에 대한 내 생각정리다ㅋㅋㅋㅋㅋ

 

큰 목적은 없고..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그런 것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도 있기 때문에 하는 것

 

 

 

첫 번째, 내가 잘해도 나는 것이 사고다.

 

내가 애초에 운전면허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아무리 본인이 잘한다고 한들.. 그렇지 않은 운전자들에 의해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는 것이 운전이며,

그런 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운전이다.

실제로 과거에 우리 가족끼리 차를 타고 가다가 빠르게 오는 신호 위반 차량한테 일방적으로 사고를 당한 적도 있었고...

내가 차를 몰고 간다는 사실에는 전혀 무서움이 없었지만 그냥 항상 내가 막지 못하는,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한 막연한 무서움 무력감 등이 있었다.

물론 평소에 방어운전도 하고, 주변 흐름을 잘 캐치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고의 확률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한다.

(내가 진즉에 눈치채고 피한 사고들이 지금까지도 셀 수 없이 많긴 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날 수가 있다는 건 배제할 수가 없다.

심지어 거기에 내 목숨까지 달려있다? 흠...

 

그래서 뚜벅이일 땐 버스도 싫었고 지하철을 선호하기도 했다.

막상 직접 운전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운전을 할 때 시야가 많이 넓어진다. (+예민해져서 인성도 좀 깎임ㅋㅋㅋ)

앞의 앞의 차 브레이크등, 습관적인 룸미러 체크, 옆옆차선 차들의 성향(?) 파악 등등

근데 사실 난 거의 모두가 기본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전을 좀 해보니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물론 이것들을 에너지를 과하게 쓰면서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정도+평소보다는 높은 예민함

저걸 하느라 바쁘면 운전하면서 혼자 인터뷰 어케함..

 

아무튼. 나의 행운의 주사위가 바닥인 날에 어쩌다 운전을 하고 어쩌다 안 좋은 타이밍에 그 길목을 지나고

그 차들을 만나고 어쩌다 사고가 났는데 어쩌다 죽는 거 아닐까?

하는 거임.

그리고 이게 망상급 헛소리가 아니라서....ㅎ

 

 

 

두 번째, 도로 위 또라이가 너무 많다.

 

첫 번째 이유와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내가 일상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간 유형들이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운전을 하면 진짜 별의별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와 진짜 미개한 사람이 많구나! 라는 것도 매일 느끼다 보니 안 그래도 있는 인간혐오가 더 심해진다ㅋㅋ

순화시켜서 그룹으로 묶느라 또라이지.. 참..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간 새끼들의 심연을 보는 게 운전 같기도 하고.

더 이상 바닥 날 인류애도 없는데 바닥을 뚫고 들어가게 해 준다.

어찌 됐든 긍정적인 방향성은 아니기에, 두 번째 이유로 들었다.

운전은 면허를 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 즉 운전은 내가 싫어서 일부러 피하거나, 구축해 놓은 바운더리 안에서 마주칠 일 없었던 ㅈ같은 인간 유형들을 모조리 만날 수 있는 오픈월드다.

 

겪었던 경험을 하나하나 다 들기엔 너무 많고.. 제일 싫어하는 유형 하나 들자면

모든 도로 1차선이 아우토반인줄 아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아주 높은 확률로 도로 위의 진상짓이란 진상짓은 다 하면서 본인이 운전을 잘하는 줄 안다는 게 소름이다.

톨비 내지 않은 국도에서도 1차선에서 쌍라이트를 갈기면서 달리고,

90키로 자유로에서 150으로 달리면서, 2차선 차들보다 훨씬 빨리 110으로 달리는 차들을 정속주행한다고 욕하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또 싫어하는.. '오만함' '말 안 통함'의 자질을 갖춘 사람들임. 그냥 정신머리가 고착화되어있다.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팩트를 지적당하면 100퍼센트의 확률로 '융통성' '도로의 흐름을 읽어라' 카드를 꺼내든다. 

 

참 앞뒤가 안 맞다.

'융통성'은 개나 줘서 자기 속도가 몇이든 자기보다 느리면 무조건 욕하고, 30키로 도로에서 30으로 달린다고 법 잘지킨다고 욕하고,

'도로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못 읽고 있는 자들이 저렇게 말하는 게 그저 웃김.

물론 추월을 할 때 상위차선으로 추월을 하다 보니, 국도에서도 1차선 어쩌구 말하는 게 뭔진 앎. '뭔지는 앎'

근데 저 한마디만 하기엔.. 너무 생각이 단편적이잖아. 당연히 상황을 봐가면서 운전을 해야지.

그러나 저러나,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몰라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줘~ 거리는 말 안 통하는 진상손님이나 다름없음.

나도 90키로 도로에서 상황보고 100넘게도 밟는 사람인지라, 무조건 규정 속도 준수해!! 라는 말은 하지 않음.

그런데 저들은 아무리 법적인 팩트와 상식을 말해줘도 못 알아듣고... 

기준이 오로지 "본인" 이라서, 위에서 말했듯 90 도로에서 150밟고 있는 본인은 잘 모르겠고, 본인 앞에 100이 너무 느리니 거슬린다고 욕하는 부류라는 거다.

그러고 달려도 나중가면 나랑 별 차이도 안나거니와,

지들이 그렇게 말하는 도로의 흐름을 참 못 읽어서 차선은 정신 사납게 이리저리 100번 바꾸면서 별로 앞서가지도 못하심.

그리고 그 사람들 그대로 고속도로에서는 '1차선 과속 지속주행' 시전하신다.

 

높은확률로 똥꼬도 오지게 찌른다.

그들은 안전거리 라는 걸 모른다. 아무리 내가 1차선에서 내 앞에 차와 함께 2차선 애들을 추월 중이더라도,

내가 앞차와 바짝 붙을 이유가 없음.... 속도 30도 아니고, 100넘게 달리는데 왜 바짝 붙는데. 까딱하다가 나 죽으라고?

근데 그 무식한 놈들의 사고회로는 아니~ 얘는 앞에 공간도 많은데 더 빨리 갈 수 있는데 왤케 더 안가? 식임. 진짜임.

그래서 지혼자 답답해서 저 너머 흐름도 못읽고, 이미 빠른 나마저도 추월하려고 2차선으로 감.

근데 어차피 2차선 앞쪽 차가 나보다 느려서, 조금 과속 중인 내가 그 차를 추월 할 예정이었음.

결국 걔는 2차선 갔다가 더 느리게 가게 됨.

그냥 백미러로 그 꼴 보고있으면 웃김.. 이런 차들이 진짜 한 둘이 아님. 거의 매일 봄.

 

본인들이 운전을 아~주 잘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저새끼 칼치기 할 각이네 등등 이미 파악완료한 주변 차들이 속도 조절해주고 있기에 피해간 사고가 한둘이 아닐거임.

 

 

 

세 번째,  로드킬을 너무 많이 본다.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보며 어후 불쌍해.. 어쩌다 저기서 저렇게.. 라는 생각만 들고 끝난다면 차라리 좋겠다.

나는 자동으로 연관 지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요 근래 더 지랄맞아진 듯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적인 시선이다.

고속도로, 산 주변에서는 주변 자연환경에서 도롯가로 내려온 야생동물들의 로드킬도 자주 보게 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보는 건 뭐.. 고양이 로드킬이다.

보다 보면 고양이들이 오지 않을 법한 위치들에서도 자주 발견이 되는데,

그 이유는 자동차 엔진룸 등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차가 출발을 하고 달리다가 중간에 떨어지고 로드킬을 당한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며 마주치는 그 찰나에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사실 고양이들은 자동차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몸을 숨길 수 있을만한 구조물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이라..

차에 들어가면 안 된다, 도로는 위험하다, 설명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나 '혐오'에 뇌가 찌든 사람들은 그러한 동물들을 '자연도태' 되었다고 말한다.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아주 '오만한' 기본 베이스가 깔려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살면서 생태계를 장악하고 도시를 형성하며 건물을 짓고 땅을 개척하며 그곳에 살던 동물들의 환경이 바뀌는 건

'자연히 인간을 따라오지 못하는 그 동물들이 도태되는 것뿐'이라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자동차를 발명하고, 고속도로를 만들고, 자동차가 없던 시절부터 살아오던 동물들이 로드킬을 당하는 건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 다들 차를 타지 마세요~ 도시 개발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리가 있나?

(뇌가 10살 이전에 멈춘 것도 아니고..맘에 안들면 저렇게 하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목격한 로드킬에 대한 제보밖에 하지 못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하고 있는 짓을 자각하고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과

어쩌라고? 어쩔 수 없는 거 아님? 저런 거에 불쌍함을 느끼면 세상 어떻게 살아감? 이 지랄을 하는 건 매우 다르다.

> 높은 확률로 모기 바퀴벌레 초파리 하루살이도 사랑해달라고 함

 

난 그저 제발 좀 인간들이 오만함에서 오는 혐오적인 시선을 갖고 시끄럽게 나불대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혐오는 전염병처럼 퍼져간다.

이 시대는 온라인상으로 서로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모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가치관들은

너무나도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이 허용되며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자정 작용'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아무렇게나 물들지 않고, 들어오는 정보들을 걸러내며 본인 생각을 구축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쉽게 휩쓸려간다.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을 읽었을 뿐인데, 그걸 자기의 생각이라고 어느새 믿고 또 떠벌리며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인터넷, 특정 커뮤니티로만 정보를 습득하고 경험을 간접적으로 배운 사람들은

직접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느끼고 스스로 생각한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될리가 없다.

특히나 어떠한 생각과 주제, 사상 등의 종착지와 시작점이 '혐오' 인 경우..

파면 팔수록 알면 알수록 논리 박살+이기심+오만함+내로남불일 뿐이다.

무언가 이로운 걸 배우고 나의 생각이 열리고 넓어지는 그런 경험 따위 없다.

 

인간이 구축해 낸 것들에 의한 다른 생명체들이 받는 위협에 대해선 자연스러운 도태라고 하며

인간이 압도적으로 파괴하는 생태계에 대해선 눈을 가리고, 유해동물로 지정되지도 않은 동물더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 욕한다.

주차해 놓은 자동차에 발자국이 찍혀있으면 본인 소중한 차에 기스나 내는 혐오스러운 동물이라며 손가락질한다.

혹시 그.. 본인들 자동차는 소모품이 아닌 영원을 사는 것 인가?

눈과 비, 새똥, 나뭇가지 스침, 손잡이 손톱 스침, 세차, 이런 것들에 전혀 잔기스도 안나는 끄떡도 없는 물건인가?

본인들이 생각했을때 밖에 덩그러니 주차해 둔 차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라도 있으니

절대로 손상이 안됨이 너무나도 당연한 디폴트라서, 발자국과 기스를 보면 그렇게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것임?

 

그래서 나는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볼 때마다, 잠깐의 안타까움과 씁쓸함이라도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게 된다.

요즘 또 그 부류의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동물보다 사람이 먼저다'

일부 사례들에서는 이 문장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경우 이 말은

그들의 몰상식한 행위, 혐오에서 시작된 각종 학대와 시선, 적어도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생명체들에 대한 무시 등

모든 것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아주 가벼운 말로 사용되고 있다.

 

쨋든.

로드킬을 볼 때마다 운전을 하기 싫어짐.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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