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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요즘 무기력한 이유

by 라라쿠쿠 2024. 8. 27.

 

 

 

 

요 근래에 스트레스와 생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회사 때문 이긴 하다.

들었던 생각들을 그냥 주절거려보겠다. (이것도 기 빨려서 몇 번씩 끊어서 쓸듯)

 

당장 저번 5월말에 쓴 글에선 그렇게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태도가 아니었다만..

3개월 사이에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ㅋㅋ

 

 

정말 많은 생각들을 거친 뒤에 내린 한마디의 결론은

'이 회사가 일을 하는 방식이 나와 맞지 않다'

고 느끼는 것이 제일 크다.

 

사실 이 회사의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하기엔 스튜디오 규모기 때문에,

감독님들의 업무방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업무방식과 사고방식..태도.. 등등이 나와 맞지 않는다.

 

요즘 갑자기 이런 분노와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르게 된 계기는..

내가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서 존중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들 때문이었다.

 

 

1. 기본적인 업무시간에 대한 압박감

 

우선 지금 회사의 근무시간은 10 to 7 이다.

그런데 솔직히.. 당연하다는 듯이 정시퇴근한 적은 그다지 없었다.

30분~1시간 야근하는 건 야근으로도 쳐주지 않는 느낌이고,

본인의 업무를 다 했다고 하더라도 묘하게 정시퇴근이 눈치가 보이는 압박감이 있다. (감독님이 이 얘기를 듣고 부담 준 적 없는데?? 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어느 날은.. 업무가 밀린 날도 아니었고, 당장 급하게 해야 하는 것이 있는 날도 아니었다.

7시가 조금 넘어서 퇴근을 하려고 했다.

그런 나를 보고 감독님은 (아무리 우스갯소리라도) 일 왜 이렇게 안 해, 어디가, 일 좀 해~

라고 하셨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두고 도망가듯이 퇴근했나? 아니오.

당장 급한 일이 있었나? 아니오.

그동안 야근 같은 거 안 하고 맨날 정시퇴근했나? 아니오.

업무 시간이 종료되고 퇴근하는 직원인가? 네.

 

그냥 이 기본적인 행위에도 압박감과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나는 너무나도 싫다.

 

그리고 그 눈치를 넘어서서 더 싫은 건,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온 것이 무색하게 만드는 언행이었기 때문이다.

일을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안 한 적이 없다.ㅋㅋㅋ 나 포함 여기 모든 직원들은 이미 한참 오버워크다.

그냥 맥이 탁 풀리고 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다.

여태 한 짓은 그럼 일이 아니고 뭐지?

아무리 내가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정해진 업무시간을 끝마치고 퇴근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행위 하나로

무시를 당하고 인정을 못 받는다는 느낌을 그 순간 너무 뼈저리게 받아버렸다.

 

단순히 이런 언행뿐만 아니라, 위에서 말했듯 이런 사고방식은 업무 방식으로도 이어진다.

 

나는 정해진 근무 시간 내에 최대한 하려는 사람이다.

그 시간 안에 집중력을 끌어올려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다.

그리고 나는 기본적으로 그게 맞다고도 생각한다.

집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맞다.(아닌 게 이상한 거 아님?)

그래서 나는 최대한 집중해서 빨리 결과물을 뱉고 빨리 피드백을 받고 정상적인 퇴근을 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일을 대충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가?? 절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을 맞추고 싶은 것이지, 내 생각에 일의 완성도가 없는데 7시가 되었으니 퇴근하자.

이런 마인드는 절대 아니다. 그럴 땐 자발적으로 야근한다.

그런데 마냥 무조건적으로 나의 이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욕구나, 기본적으로 정시퇴근을 해야한다, 라는 생각이

그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한테도 부정적인 것이,

어차피 열심히 일을 빠르게 쳐내도 7시에 못 갈 거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ㅋㅋㅋㅋㅠ

이게 무슨.. 무슨 개짓거리 비효율이냐고!!!!!!!!!!!!!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무실에 오래 앉아서 오버워크를 하는 모습이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보는 사람들이었다.

이 말을 듣고 아니라고 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은연 중에 그렇게 취급을 하고 있다 이미.

이는 정확한 마감 기한을 잘 알려주지 않는 업무 지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2. 업무와 휴가 밸런스

 

우리는 연차 개념이 없다.

이거까진..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워낙 일 자체가 주말 출근을 밥먹듯이 하고, 기본 업무량도 많고, 스케줄이 계속해서 변동이 되기 때문에

날짜를 지정해서 미리 연차를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하며

주말출근을 할 경우는 월,화를 쉬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체 휴가를 주는 상도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도덕이 어느샌가 증발해 있었다.

대체 휴가는 거의 없다시피였고,

만약 일이 바빠서 대체 휴가를 못 받고 계속 출근을 하는 상황이더라도,

기본적인 스탠스는 당.연.히. 일요일에 출근했으니 월요일은 쉬어~ 해주는 스탠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고 안주고의 문제는 이제 기대도 안 한다.

제발 태도나 언행에서라도 좀... 주말에도 일하는 자기 직원들을 존중해줬으면 한다.

 

하... 정이 확 떨어진 계기가 있다.

 

이 역시 정해진 시스템은 아니지만.. 워낙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바쁘다 보니,

작품 하나가 끝나면 일주일(말이 일주일이지, 월화수목금 5일)을 쉬는 게 상도덕이다.

그러나 이번엔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작품에 투입시키는 식으로 스케줄이 꼬이기 시작하고,

휴가 타이밍도 애매해지기 시작하고,

작품이 끝나가는데도 휴가 얘기가 전혀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작품 끝나기 2주 전에 휴가 얘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사실 이것조차 나는 너무 스트레스다.ㅋㅋㅋ

내 휴가를 코앞까지 와서도 일정을 모른다.

휴가를 함께할 가족이나 친구에게 일정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한테는.. 언제 입사했냐고 묻더니

그럼 지금 휴가 없지 않나~?

라고 하셨다.

없겠냐?

 

거기까지도 화가 나는데, 이미 활화산이 된 내 마음에 핵을 떨구더라.

'지금 컨셉이미지 잡고 있는 거 제대로 잘해서 보여주면 보내줄게~ 최대한 빨리 잘 해야겠네~'

식으로 말하셨다.

이 말이 좆같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지친다.

 

하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졌다.

 

 

 

 

3. 충실할 수가 없는 일상

 

나는 일을 하면서 포기하게 된 것이 너무 많다.

가족.. 우리 고양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회사에 강아지 데리고 출근하시는 감독님과 팀장님을 보면

솔직히 그냥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어떤 느낌이냐면, 똑같이 애를 낳고 애를 키우고 있는데

나는 생이별해서 멀리 떨어져서 2-3주에 한 번 주말마다 내 새끼 보러 가는데

다른 사람은 마음대로 애 데리고 사무실 출근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속이 안 썩어 문드러지겠는가?

그리고 친구나 기타 인간관계들.

내 한 치 앞의 스케줄도 잘 모르고, 항상 확답을 주지 못한다.

나 빼고 다들 만나는 일들은 일상이다.

여유로운 여행 계획? 꿈도 못 꾼다.

경조사 참석도 그 주까지도 조마조마한다. 주말에 출근할 일 생길까 봐.

이런 일들이 축적되니까 진짜 견디질 못하겠다.

 

그러면 사실 업무의 성취감이라도 있으면 버틸 수 있다.

성취감이 자아실현으로 이어진다면, 포기한 값만큼 다른 무언가가 돌아오는 느낌을 받기라도 하겠지.

그러나 이곳에선 성취감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

애초에 기본적인 존중과 인정조차 안 해주는데, 무슨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가?

 

그리고 위에서 말한 내가 포기한 것들이 포기가 아니라 '조절'이라면 버틸 수 있다.

가족과의 시간, 친구와의 시간, 내 사랑하는 고양이와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버틸 수 있다..

근데 현재 나는 '포기'이다.

나를 뒷받침해주는 것들이 하나도 없고, 안정적인 것들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업무 성취감 또한 없다.

 

나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기력 해짐 -> 일 제대로 못함 -> 업무 능력 떨어짐 -> 성취감 없음 (이미 없긴 하지만)

-> 불안+스트레스 -> 일도 못하고 그 외의 생활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음 -> 개좆같음

-> 무기력 해짐

 

무한 굴레^^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은 모르겠다.

그래도 회사 1년은 버텨야 하긴 할 텐데...

하 뇌 속에 지금 욕밖에 안 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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