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주말마다 라떼를 보기 위해 본가에 내려가는데
다음 주 비도 와서 벚꽃 다 떨어질 테고
이제 일도 바빠질 테고
이번 주말 날씨 좋음 + 벚꽃 만개 + 할 일 없음 콜라보로 그냥 집 앞 불광천 산책을 다녀왔다.
점심에 겸사겸사 몇 달 동안 안 받은 네일도 받고
커피 빨면서 산책했다.
벚꽃 행사(?)가 내일부터라서 내일부턴 진짜 진짜 사람 지옥일 것 같기에
오늘이 정말 기회였다..
예상은 했지만 사람 꽤 많았다. 그래도 뭐 위치도 위치인지라 적당했고 석촌호수 이런데보단 100만 배 나음


작년에는 벚꽃시즌에 계~~속 주말에 일해서 우울하던 참에
월요일 휴가를 하루 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살짝 지기 시작할 때쯤 혼자 월요일 오전에 여유롭게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정말 예쁜 만개 때 봐서 기분이 좋았다

댕댕이들도 많고 가족 커플들도 많아서
안 그래도 사람냄새 쩌는 (좋은 의미임) 불광천이 더 활기찼다
오리들도 많아서 귀엽다
함정은 날파리도 많다
입 벌리고 자전거 타지 말자


벚꽃은 왤케 예쁜 걸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너피스가 찾아온다
빨리 지는 게 슬프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거겠지....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면서 동시에 조금 울적해진다


사실 불광천 벚꽃에 나름의 애정과 추억이 있는데
친구들과 함께한 인생 첫 벚꽃놀이가 여기였다
초중고때는 딱히 벚꽃놀이랄 게 없었고
대학교 새내기 때 날씨가 진~짜 좋은 날이었는데
강의 들으러 가는데 진짜 너무 가기 싫은 거다..
같이 강의 듣는 동기랑 오늘 같은 날이 벚꽃 구경 각인데~ 하면서 얘기하다가 삘 받아서
하 오늘 자체휴강이다. 하고 다른 동기들한테 연락을 했다.ㅋㅋ
그런데 와중에 공강이었던 동기들이 마침 불광천에 가 있었던 것..
바로 만나기로 하고 지하철로 뛰어갔다
불광천이란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그런데가 있는 줄도 몰랐고.. 벚꽃이 어케 폈는지도 모른 채로 갔다.
그렇게 새절역에서 내리고 딱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길 따라 만개한 벚꽃나무가 쫙 있고 벚꽃 잎이 천천히 흩날리는데 아직도 그때 풍경을 잊지 못한다ㅠㅠ
그리고 딱 그 순간 거짓말처럼 강의 휴강 문자가 왔다ㅋㅋㅋㅋㅋㅋㅋ
동기들이랑 여유롭게 천 따라 산책하고
완전 쬐끄만 솜뭉치같은 아기 강아지도 구경하고
배고파서 근처 치킨집에서 치킨 포장해 와서 정자에 모여 앉아 치킨을 먹었었다
정말 좋은 기억이 남아있던 곳이었는데
얼결에 지금 응암에 살 게 되면서 집 앞 산책공간이 되어버렸다.

난 대학생이 된 이후로 이곳저곳 스타일이 다 다른 곳에서 자취를 해봤다.
1. 합정 (이제는 인스타 핫플 된 그 골목들 사이)
>> 당시 조용하고 근처에 있을 건 다 있어서 괜찮았으나,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밤에는 좀 무서울 정도..
그리고 학교 가는 마을버스 16번이 있는데 진짜.... 노선이 겁나 막히는 구간이라 자취의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한강 접근성은 괜찮았으나 그쪽 라인 한강은 그다지 좋은 분위기의 길이 아니어서 잘 안 갔다.
종합적으로 뭔가 애매하게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2. 상수 (홍머 후문 바로 근처)
>> 오로지 학교 강의실까지 5분 컷 하기 위해 살았던 곳이다. 상수 가게들 자체가 나랑 바이브가 잘 맞아서 그건 좋았다.
다만 집의 상태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게 지속 디버프였고..,
바로 옆에 작은 놀이터가 있었는데 새벽에 거기서 시끄럽게 술게임하고 술주정 부리는 인간들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오죽했으면 >>내가<< 참다참다 한 번은 창문 열고 새벽 4시라고 제발 닥치라고 소리 질렀다.
그리고 여기 역시 잔잔한 힐링 공간이 딱히 없다. 진짜 학교 생존형으로 살았었다.
3. 망원 (망원역 바로 근처 골목)
>> 집 구하기 전에 동기 언니네에서 잠시 두 달 동안 살았던 곳이다. 망원역 근처 골목이었고, 주변 환경은 합정이랑 비슷하다.
망원 시장이 사기긴 하다. 근데 의외로 몇 번 안 가게 됨
그리고 역시 근처에 혼자 설렁설렁 가볼 만한 곳이 없어서 쉬는 날 집에 더 집에 박혀있게 된다.
뭔가 괜찮은 곳이 있어봤자 '인스타 핫플' 느낌의 공간들이라 갠적으로 맘 편하게 동네에서 어디 놀러 가듯 갈 수가 없었다.
다 묘하게 불편한 공간들이랄까..
4.광흥창
>> 나름 조용하다.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근데 최소로! 갖춰져 있다.
기본적인 느낌은..아파트 단지는 좀 있는데 묘하게 삭막한 그 자체의 느낌이다. 텅 빈 느낌이었다. 사람 냄새 X..
골목 나서면 바로 3차선 도로 이런 느낌이고
2년 동안 살았는데 나랑 잘 맞는 가게나 공간을 찾질 못했다.
유일하게 좋았던 건 집이 조금 언덕에 있었는데, 창문을 열면 남산타워가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뻤던 거?
졸전 하면서 맨날 밤새고 이른 아침에 집에 들어올 때마다 본 일출 풍경들이 예쁘긴 했다.
근데 그마저도 집 나갈 쯤에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다 가려버렸다.ㅎㅎ
5.응암
>> 현재 1년 반째 살고 있는 곳이다. 한 줄 요약하면 지금까지 자취했던 곳 중에 제일 최고다.
사람냄새가 쩔게 난다. (좋은 의미임2) 이게 홍대 쪽 살 때 문만 열고 나가면 사람 바글바글한 그 사람 냄새가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 가 난다. 아파트들도 많고 주택들도 진짜 많은데 대부분 그곳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바이브다.
홍대 상수 합정 망원 이쪽은 상권도 그렇고 변화가 진짜 빠른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90퍼다.
응암은 꾸준히 변화해 온 것이 분명히 맞는데, 사람들 생활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천천히 변화해 온 느낌이 엄청 강하다.
그만큼 풍경이나 인프라가 자연스럽고 풍부하고 적당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이 많은데 이상하게 싫지가 않다.
좋아하는 가게들도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생겨갔다.
그리고 불광천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정말 정말 큰 요소다.
이게 진짜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특히나 자취생한테는 뇌 빼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편안하게 걸을만한 장소가 조성되어 있다는 건 진짜 큰 옵션이다.
유일한 단점은 서울 전체에서 봤을 때 위치가 좀 외졌다는 거? ㅋㅋ
누구 놀러 오라고 하면 95퍼가 멀다고 한다.
그래도 최근에 동기가 이쪽으로 이사 와서 동네 친구가 생겼다...



요즘 컨디션도 계속 안 좋고..
불가피한 원인(?) 으로 어지러움+두통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무지성으로 산책하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근데 라떼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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